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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 세 마리 이가 돼지를 먹는다

  • 작성자 : 이*양 작성일 : 2024-03-29 조회수 : 17

                                                                     세 마리 이가 돼지를 먹는다

이계양(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광주푸른꿈창작학교의 교육 비전은 더불어 빛나는 행복한 공동체이다. 다양화된 세상과 다각적 다층적으로 분화하는 삶과 세상의 양상과는 달리 자본주의 사회의 효율이라는 속성과 경쟁이라는 방법론으로 오로지 혼자 빛나는 불행한 개인을 향해 가는 학교 현장에 대한 각성에서 대안적으로 설정한 비전이다.

현대인 대부분은 무엇보다도 더 좋고 더 크고 더 많은 것을 더 빨리 얻고, 더 높이 쌓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욕망을 달성하려는 무분별한 경쟁이 무섭다. 그리고 그 욕망과 경쟁을 통해 마지막 한 사람 혼자 빛나는 개인이 되려고 발버둥친다. 그러나 세상은 혼자만 빛나는 개인으로 존재할 수 없는 곳이기에 결국 이 욕망과 경쟁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이웃들을 함께 불행으로 이끈다.

한비자가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 유행하던 이야기를 모은 책인 설림(說林)에 삼슬식체(三蝨食彘)라는 이야기가 있다. 세 마리 이가 돼지를 먹는다는 뜻으로, 앞으로 닥칠 큰일을 생각지 않고 작은 것에 매달려 싸운다는 말이다. 자고로 돼지고기의 맛이 좋음을 어찌 사람만이 알겠는가. 해충인 이() 세 마리가 다투고 있었다. 지나가던 이가 물었다. “무엇 때문에 다투나요?” 그랬더니 이 세 마리가 서로 살찐 곳을 차지하려고 싸운다고 대답했다. 지나가던 이가 “(사람들이) 섣달그믐에 (돼지를 잡아) 털을 태우는 것은 어찌 생각하지 않는 거지?”라고 말하였다. 이에 이 세 마리는 깨달음이 있어 함께 모여 돼지 피를 빨아먹기 시작했다. 돼지가 야위어지자 사람들은 그 돼지를 잡지 않았다.

말하자면 지나가던 이는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는 섣달이 되면 불을 피워 돼지를 구울 것이니 너희들도 그을려 죽게 될 것을 걱정해야지, 그까짓 살찐 고기가 무슨 문제냐하고 꾸짖었다. 이 말을 들은 이 세 마리는 제사 때 살찐 돼지를 불에 구우면 자신들도 같이 죽는다는 것을 깨닫고, 함께 모여서 돼지를 물어뜯고 피를 빨아 여위게 했다. 사람들은 야윈 돼지를 상에 올릴 수 없다고 하여 바로 죽이지 않아 함께 살아나게 되었다는 얘기다.

빛나는 인생을 살려는 각자의 노력 자체를 나무랄 바는 아니다. 다만 서로 살찌고 맛있고 좋고 높고 크고 많은 것을 먹으려고(차지하려고) 물고 뜯으며 다투다보면 섣달 그믐날에 싸우던 자신들과 돼지가 같은 불에 함께 죽게 된다는, 곧 이도 죽고 돼지도 죽는다는 이야기다.

그럼, 같이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다투던 세 마리의 이처럼 낯선 이의 충고 즉 그러다 너희들 다 죽는다. 그러니 다투지 말고 협력, 합심하여 열심히 돼지를 먹어라. 피를 많이 빨려 수척한 돼지를 사람들이 잡아서 상에 올리겠느냐이것이 이도 살고 돼지도 사는 방법이다.

그렇다. ‘세 마리 이가 돼지를 먹다(三蝨食彘)’는 이야기는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 마리의 이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라 할 수 있다. 살찐 돼지 즉 크고 높고 많고 좋은 것(자리나 물건, 지위 등)을 먹으려고(차지하려고) 다투는 것은 개인적인 욕망이다. 누구나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모두 나만 홀로 빛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공동체와 개인이 함께 살아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공존의 방법은 오로지 서로 합심, 협력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요즘 대선판이 뜨겁다. 지방선거판도 준비가 한창이다. 또 교육감 선거도 각자 치열한 전략을 짜고 있다. 문제는 대선,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가 한결같이 학교 현장처럼 혼자 빛나는 사람이 되려고 으르렁대고 있다. 서로 살찐 돼지를 독식하겠다고 다투고 있다. 지나가던 이가 다시 묻는다. ‘너희는 무엇 때문에 다투는가?’, ‘섣달그믐이 되면 사람들이 돼지를 불에 태우지 않겠는가라고. 세 마리의 이를 통해 우리가 함께 돼지를 먹자. 그래서 같이 살자는 배움을 얻는다.

인류 생태계는 결합하여 공존(共存)하게 되어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결합을 통해 가정, 마을, 국가를 이루는 것이 기본 원리이고 자연의 법칙이다. 결합 유지의 기본은 함께 있음으로 즐겁고, 행복하고, 아름다워야 한다. 이것이 공존(共存)의 미학이다. 공존(共存)을 위해 함께 돼지를 먹는 협력, 합력은 함께 살아나는 것 자체이며 공동체의 행복을 도모하는 상생(相生)의 원동력이다.

대선, 지선, 교육감 선거가 우리 대한민국과 지방, 우리 교육을 살아나게 하고, ‘더불어 빛나는 행복한 공동체로 나아가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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