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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 나잇값과 소금

  • 작성자 : 이*양 작성일 : 2024-03-29 조회수 : 19

나잇값과 소금

 

나이가 들면 나잇값을 해야 한다.

나잇값을 어떻게 하는 것일까.

정답은 없다. 아니 정답을 모른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생각하는 나잇값의 개념도 방법도 내용도 다를 뿐만 아니라 사람에 따라 나잇값의 척도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잇값에 대하여 왈가왈부 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기는 하다. 다만 나이가 들면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흔히 사람들은 빛나는 인생을 살고자 소망한다. 이를 위해 평생을 분투하면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날에도 공부하는 중요한 이유가 입신출세(立身出世), 입신양명(立身揚名)’에 있었다. 이는 오늘날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치열해졌다고 할 수 있다. 한평생 나와 부모와 가문의 영광(빛남)을 위해 일생을 살다간 사람들이 얼마인가.

기독교인들은 흔히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 중에서도 은연중에 현실에서의 생활은 빛 된 삶을 살아가고자 지향한다. 특히 젊은 시절엔 더욱 그런 경향이 있다. 그것이 그 때(나이)에 어울리는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이가 60을 넘어선 때라면 어떤 모습이 어울릴까. 아무래도 소금의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우선 소금이 음식의 간을 맞추고 맛을 내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60 넘은 사람들의 나잇값 하는 일에 해당한다고 본다. 60 넘은 사람들을 이르기를 어른이라고들 한다. 모름지기 어른이란 살아본 경험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가늠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신의 역할을 알아서 때와 장소에 맞게 적절한 처신을 함으로써 관계 속에서 간을 맞추고 맛이 나게 해야 한다.

또한 소금은 방부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음식물이 부패하지 않은 채 장기간 보존할 수 있게 한다. 여시 어른들은 이웃과 사회 속에서 서로 건전한 관계를 이루어 건강성을 유지하도록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빛을 좇는 세상은 반드시 어둠을 수반하게 되어 썩고 부패하여 세상이 망가지기 쉬운데 이 때 소위 어른들이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여 건강한 생명성을 유지하고 건전한 가치 질서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금은 절이는 능력이 있다. 말하자면 숨을 죽여서 거친 것을 고르게, 뻣센 것을 부드럽게, 간이 없는 것을 간간하게 만들어 쓸 만하게(먹을 만하게) 변화시킨다. 어른들도 교만, 원망, 불만의 거칠고 사납고 강퍅한 사람들과 사회를 겸손, 온유, 감사의 사람들과 사회로 쓸 만하게(먹을 만하게) 변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자신의 모습(소금)은 절이는 과정에서 사라지지만 그 희생을 통해 간이 들어 맛있게(즐겁게, 기쁘게) 먹을 수 있도록 대상을 변화시킨다. 어른이란 자신의 보이지 않는 희생을 통해 사람들과 세상을 맛있게 만드는 소중한 역할을 해야 한다.

나이는 누구나 들어가게 마련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잇값을 하는 것은 각자의 인생과제이다.

할 수 있다면 나잇값을 잘 하는 (제대로 하는) 어른이고 싶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절이고 간을 맞추어 맛을 내고, 오래오래 두고 먹게 만드는 소금 같은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소금이 될 것을 자처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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