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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 의좋은 학교 – 광주선명학교와 광주푸른꿈창작학교 이야기

  • 작성자 : 이*양 작성일 : 2024-03-29 조회수 : 19

                                                     의좋은 학교 광주선명학교와 광주푸른꿈창작학교 이야기

이계양(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1

형제간의 우애를 다룬 <의좋은 형제>라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느 시골에 의좋은 형제가 살고 있었다. 형제는 같은 논에 벼를 심어 열심히 가꾸었다. 가을이 되어 추수한 후 공평하게 나누어서 볏단을 따로 쌓아두고 집에 돌아왔다. 그날 밤 형과 동생은 각각 생각했다. 형은, 동생이 갓 결혼하여 새살림을 시작했으니 쌀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동생은, 형은 식구가 많으니 쌀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그래서 형과 동생은 서로 밤의 어두움을 틈타 벼를 나르기 시작했다. 이튿날 아침, 형제가 논에 나가 보니 자기 볏단이 조금도 줄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었다. 고개를 갸웃하면서 다시 밤을 기다린 형과 동생은 논으로 가서 몰래 벼를 또 나르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달빛이 얼굴을 내밀어 볏단을 진 형과 동생이 얼굴을 마주하게 했다. "아니 형님!?", ", !?!" 형제는 각기 볏단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형제는 볏단을 내려놓고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 광경을 달님이 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2

욕심쟁이 영감을 혼내주는 <나무 그늘을 산 총각>이라는 전래 동화가 있다.

어느 여름날, 한 총각이 더위를 피해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에서 잠이 들었다. 욕심쟁이 영감은 왜 남의 그늘에서 자느냐며 총각을 깨웠다. 총각은 욕심쟁이 영감을 혼내 주려고 열 냥을 주고 그늘을 샀다. 오후가 되자 그늘이 길어졌다. 총각은 그늘을 따라 욕심쟁이 영감의 담 안으로, 마당으로, 안방으로 들어갔다가 해진 후 그늘이 사라지자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그다음 날도 총각은 부잣집을 드나들며 마을 사람들까지 불러들였다. 할 수 없이 욕심쟁이 영감은 "스무 냥을 줄 테니 그늘을 다시 팔게"하고 제안했다. 하지만 총각은 만 냥을 내라고 했다.

마을 사람들이 입을 모아 욕심쟁이라고 놀려대자 부끄러움을 느낀 영감은 이내 마을을 떠났다. 총각은 나무 그늘과 영감의 기와집을 누구나 마음 놓고 쉬어가는 쉼터로 만들었다.

 

#3

20224, 광주 남구 주월동에 의좋은 학교가 있다. 광주선명학교와 광주푸른꿈창작학교다. 광주선명학교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함께 배우고 나누는 즐거운 학교를 교육지표로 삼고 있는 특수학교다. 그 옆에 자리한 광주푸른꿈창작학교는 광주YMCA가 광주광역시교육청의 위탁을 받아 더불어 빛나는 행복한 학교공동체를 꿈꾸는 대안학교다. 특수학교와 대안학교인 두 학교는 각기 소명의식을 가지고 각자의 논(학교)에서 열심히 벼(학생)를 가꾸고 있다. 그러던 중 두 학교는 서로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각각 생각하였다. 선명학교는, ’체육관도 없이 스포츠과를 운영하느라 애로가 많을 거야라고. 푸른꿈창작학교는, ’부족한 주차장 때문에 2부제를 운영하느라 많이 불편할 거야라고. 이에 선명학교는 우리 아이들이 하교한 후, 체육관을 사용해도 좋아요. 아무 조건 없어요라고 제안하였다. 주차장을 제공하지 않아도 좋다는 뜻이었다. 또 푸른꿈창작학교는 이웃이 주차문제로 고통받는 줄을 알면서 그냥 못 본 체하는 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죠. 우린 5부제를 운영해서 주차장의 일부를 내어 드리고 싶어요두 학교는 체육관과 주차장을 서로에게 내어주면서 진한 감동을 주고받았다. 이 광경을 두 학교의 배경이 되는 금당산과 바라보고 있는 무등산이 미소짓고 있었다.

 

#4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 대부분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걷고 있다. 극한을 향해 달리는 부익부빈익빈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격차와 차별 때문에 그렇고, 또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약자나 복지 사각지대에서 소외된 이웃들, 영세한 자영업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취업준비생들이 스스로 각자 살아나갈 방도를 꾀해야만 하기 때문에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열 냥을 받아내고자 혈안이 된 욕심쟁이 영감은 오늘도 도처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다. 총각의 지혜와 마을 사람들의 입을 모으는 연대로 영감의 기와집과 나무 그늘을 마을공동체의 쉼터로 만든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뭇입은 무쇠도 녹이는 법이니까.

부디 의좋은 학교, 광주선명학교와 광주푸른꿈창작학교의 지혜와 연대가 학교공동체의 상생(相生)의 길잡이가 되어 길이길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광주선명학교,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직원 여러분,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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