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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 인생 조언 한 마디 - 2022년 9월 30일 이동 수업에서

  • 작성자 : 이*양 작성일 : 2024-04-01 조회수 : 34

                                               인생 조언 한 마디 - 2022930일 이동 수업에서

 

우리학교(광주푸른꿈창작학교)는 광주광역시교육청으로부터 광주YMCA가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대안학교이다. 인문계고등학교의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입시 교육에서 벗어나 더불어 빛나는 행복한 공동체를 꿈꾸는 학교이다. 그래서 교육과정 속에 여러 가지 대안 교과를 운영하고 있고 그중의 하나가 <바퀴달린학교>(이동수업)이다.

애초에 1학년은 무등산 둘레길 51.8km, 2학년은 영산강 자전거길 전 구간, 3학년은 지리산 종주를 설계하였지만 코로나 등 주변 상황 때문에 축소하여 운영하고 있다.

금년에는 930()에 무등산은 3(무등산 2. 영산강 1)으로 나누어무등산은 무돌길 제1~3, 4~5길 등 2팀으로 진행하고, 영산강은 자전거를 타고 학교~ 서창-지석대교~승촌보~~서창~학교로 운영하였다.

<바퀴달린학교>(이동수업)은 무엇보다도 사람(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자연(하늘, , 식물과 동물 등)을 만나고, 그 속에서 를 만나는 소중한 기회를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 만든 시간이다. 어떤 학습으로도 체험하거나 느끼거나 이룰 수 없고, 시험으로도 측정하거나 평가할 수 없는 생의 내면과 외면의 양식을 먹는 시간으로 마련하였다.

나는 무돌길 4, 5길 팀에 소속하여 함께 걷기로 하였다.

출발지는 금곡마을 정자이다. 학교에서 버스로 출발지까지 이동하였다.

금곡마을 정자~원효계곡 숲길~ 평촌마을~동림마을~우성마을~증암천길~반석마을~독수정원림~ 산음마을~함충이재~절골마을~ 경상마을 정자까지이다. 거리로는 총 8.21km이다.

미리 섭외해 둔 해설사 두 분이 출발지에서부터 역사와 유래, 지질, 환경, 문화 등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려고 애를 썼다.

하늘은 높고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른 그야말로 청명한 가을날이었다. 기온이 다소 높은 듯했지만 그래도 습도가 낮아서 바람이 불거나 그늘에 들어서면 시원함이 금세 느껴져 후텁지근한 여름 날씨와는 완연하게 달랐다.

아이들은 더워요, 쉬었다 가요, 언제 도착해요, 언제 끝나요?, 힘들어요, 땀 나요, 배고파요까지 다양한 목소리로 재잘거렸다.

그래, 마음껏 말하여라. 더 큰 소리로 말해도 된다’.

어른들(부모님, 선생님들)로부터 맨날 하지 마라’, ‘안 된다는 말을 주로 들어왔던 너희들 아니냐. 실컷 말하여라. 누가 듣든 말든 마음껏 말하여라. 되는 말도 하고 말도 안 되는 말도 하거라. 무등의 품 안에서 무엇을 거리낄 것이 있겠느냐. 무등 어머님은 다 품어주실 것이다.

가다 보니 맨 뒤에서 어슬렁거리는 학생 3명이 있다. 자꾸만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주춤거린다. 화장실을 찾나? 아님 다른 볼 일이 있나?(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이 두리번거린 이유는 ᄄᆞᆫ 데 있었다.)

나도 맨 뒤에서 3명과 함께 길을 걷는다.

내가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셋이서 이야기를 하는데 욕도 하고 아르바이트 이야기도 하고 있었다.

너는 무슨 아르바이트를 하니?”

고깃집에서 하고 있어요?”

힘들겠구나.”

, 힘들어요.”

진상 손님들도 더러 있지?”

그럼요, 많아요

어떻게 하니?”

할 수 없죠. 참아야죠.”

그래, 참느라고 또 힘들겠구나

그때 돌담을 지나면서 한 아이가 말했다.

, 이 돌담이나 쌓아볼까?”

쉬워 보이니?”

그냥 쌓으면 되는 거 아녜요?”

아니란다. 아무렇게나 쌓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특히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아야 하는 만큼 튼튼하게 쌓아야 하고 그래서 기술이 필요하단다. 제주에서는 돌담 쌓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돌챙이(석수)’라고 부른단다.“

그러다가 한 아이가 묻는다.

선생님, 제게 인생 조언 한 마디 해 주세요?“

순간 당황했다.

으악, 이게 뭐지? 뭐라고 대답해야지?’

우리학교 학생이다. 공부보다는 5000만 원을 모으고자 하는 희망을 가진 학생이다.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이다.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배달 아르바이트로 갈아탈 궁리를 하는 학생이다. 구역질을 하면서도 담배를 피우는 학생이다. 새벽에 일을 마치고 술을 마시는 학생이다. 등등

이 아이가 인생 조언을 해 달란다.

이 아이에게 인생 조언을 한마디 한다면 뭐라 해야 할까?

난감했다. 아이는 질문을 던져놓고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는지 그냥 제 일에 골몰하고 있다, 친구들과 장난질을 치면서.

난 뭔가 말해야 한다면서도 선뜻 한마디로 정리하여 말해주는 것이 어려웠다. 여태 책을 읽고 인문학을 공부해 왔지만 막상 이 아이의 상황과 요구 맞게 인생 조언을 한다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결국 아무 말도 못 해 주고 말았다. 다행하게도 이 아이들 질문한 것을 잊었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아니 내 난감을 미리 알고 모른 체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이 시간 이후로 인생 조언은 마지막 구간의 끄트머리인 경상마을 정자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그리고 행사를 마친 후인 지금까지도 숙제가 되어 남아있다.

그래, 학교에 돌아가서 아이를 만나 다시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리라. 아이가 가진 인생의 과제와 의문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해 보리라. 한번만이 아니고 여러 번에 걸쳐 인생길을 함께 어깨 겯고 걸어보리라.’

어쩌면 이번 이동수업은 내게 있어 한 아이의 인생을 만나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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