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
학교 이야기
  • ”잘 지내셨어요“- 오, 예스(2023.8.4)

  • 작성자 : 이*양 작성일 : 2024-04-01 조회수 : 35

잘 지내셨어요“- , 예스(2023.8.4.)

 

지루한 장마 속에서 폭우가 쏟아져 수많은 사상자와 실종자 등 인명 피해와 이재민 그리고 가옥과 각종 시설물의 파괴 그리고 농경지의 황폐화 등 유례없는 난리를 치렀다. 아직도 그 뒷마무리가 안 된 채 현장은 어수선하고 미해결의 과제만 토사물처럼 쌓인 채 한숨과 함께 눈앞에 코앞에 떡 버티고 있다.

이어서 기다렸다는 듯이 장마 끝에 폭염이 곧장 이어졌다. 이 더위는 그간에 어디에 숨었다 나온 것이지. 경험하지 못한 더위의 기승 앞에 속수무책이다.

전국 각지에서 앞을 다퉈가며 더위 관련 이상 소식들을 전하고 있다. 특히 2023. 8. 1.() ~ 8. 12.()까지 2023 새만금 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는 압권이다. ”Draw your Dream! 너의 꿈을 펼쳐라!“는 주제로 스카우트운동의 미래인 대원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마음껏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만들어가고, 잼버리를 통해 자신의 꿈을 크게 그려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단다. 새만금 매립지에 조성된 8.84의 넓은 야영장은 전 세계 스카우트들이 모든 것을 스스로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의 잼버리가 완성되는 잼버리 야영장이 될 것이라는 주최측의 안내와는 달리 폭염으로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다. 3일 영국 <가디언>폭염 속 한국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서 수백 명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다. 158개국 4만 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글로벌 행사 첫날 최소 400명이 치료를 요하는 온열 질환 증상을 보였다는 한국발 기사를 소개했다. 폭염은 우리나라의 나신(裸身)을 드러내어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 물론 망신을 사고 있는 것은 폭염 때문만은 아니고 준비 과정 등 그 외의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이런 폭우와 폭염의 와중에 학교가 방학 중이라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라고 하면 너무 안일하다며 원성을 들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학생들 지도에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우리 선생님들이 잠시라도 숨을 고르고 휴식을 취할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여긴다.

서이초등교사의 사망 사건으로 학부모 갑질과 학생들의 교권침해 내용이 사회에 표면화되어 국가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우리 학교는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교사들이 시달리고 있다. 각종 폭력적인 언어와 행동, 무질서하고 해이한 생활, 유형무형의 정서적 정신적 이상행동과 소통 불가능의 막막한 관계 등등. 다양하고 다층적이며 다각적인 활동을 요구하는 학교, 학급, 학생의 상황과 현실들 앞에서 하루하루 긴장과 스트레스를 감내하며 한 한기를 참고 견뎌준 우리 선생님들이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고 안쓰럽고 짠하다. 그리고 교장으로서 아무것도 제대로 해 주지 못하고 해 줄 수 없어 미안하고 안타깝다.

그런 마음으로 선생님들이 방학 중에 쉬고 회복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방학 중이지만 거의 매일 학교에 나오고 있다. 필요한 업무 처리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기 위해서다. 방학 중에 근무하러 나오는 선생님들께 간식이나 식사라도 사주고 싶은 마음이 있으나 나름대로 사정들이 있어 내 맘대로 되지 않았다.

오늘은 방학의 마지막 날이다.

더위를 피해 아침 일찍 학교에 나와 평소에 하던 일들을 진행하고 있었다.

잠시 후 O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일찍 나오셨네요

, 오늘 근무조이시군요.” 하며 얼굴 표정을 보니 얼마 안 되는 방학 기간 중이지만 기운을 좀 회복한 듯이 보여 좋았다.

, 잘 지내셨어요?” 하면서 자리 곁으로 오더니

제가 간식으로 먹으려고 가져온 것인데 나눠 먹고 싶어서요. 이거 드세요.”

하며 오 예스두 개를 내민다.

오 예스

평소 평화(平和)입에 밥()이 공평하게 들어가야 이루어진다고 여기는 나로서는 먹을 것을 나눔하는 일이야말로 평화를 일구는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 아침 건강을 회복한 듯한 얼굴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안심되고 감사한 일인데 자기가 먹을 간식을 나눠 주는 그 마음이 참 고맙다. 이것이 평화다. 그것이 큰 것이라면 나눔이 쉬울 수 있지만 적은 것, 작은 것은 나눔질 하는 일이 쉽지 않다. 주고 나면 내 몫의 부족함이 크게 느껴지기도 하고, 주기엔 적거나 작아 초라하게 여겨질 수 있으니까. 그러기에 적거나 작은 것을 나누어 주는 일은 오히려 더 크고 소중하다.

또 말로만 , 잘 지내셨어요?” 하고 그치는 것보단 오 예스두 개를 내미는 마음에서 정말 잘 지냈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느껴진다. O 선생님의 마음과 상관없이 감사가 더 짙어진다.

오늘 , 잘 지내셨어요?”하는 인사가 폭우와 폭염을 넘어서게 할 만큼 상큼하다.

오 예스라고 대답하며 따뜻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2023.8.4. 박나영 선생님의 근무조 날, 오 예스 두 개를 받고)

 

 

  • 이전글 다음글 수정 삭제
  • 글쓰기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