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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 호시우행(虎視牛行)에 감사드려요(송년사)

  • 작성자 : 이*양 작성일 : 2024-03-29 조회수 : 28

호시우행(虎視牛行)에 감사드려요(송년사)

 

2021년을 시작하면서 밥 짓듯, 옷 짓듯, 농사짓듯, 글 짓듯 한 해 동안 복을 많이 지으라는 뜻으로 새해 복 많이 지으십시오라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올 한 해를 보내면서 복 많이 지으셨는지요?

짓다라는 말은 ‘(유형 무형의 사물을) 더 쓸만하게 만들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볼 때 새해를 맞으면서 복을 많이 지어서 이웃들과 나누길 바라는 마음을 말씀드린 거지요. 정녕 올 한 해를 보내면서 복 많이 지으셨는지요? 그래서 누구에게 얼마나 어떻게 나누셨는지요?

그러면서 우리 푸른꿈공동체를 향하여 드린 말씀이 호시우행 虎視牛行 (범 호, 볼 시, 소 우, 갈 행)’이었습니다. 세상의 미래와 학교의 비전을 호랑이의 눈으로 날카롭게 바라보고 행동은 소처럼 착실하고 끈기 있게, 부드럽고 순하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고려 불교의 중흥을 가져온 유명한 승려 가운데 보조국사 지눌(知訥) 스님(1158~1210)이 있지요. 순천 송광사에 있는 이분의 부도에는 스님께서는 늘 우행호시(牛行虎視)하면서 힘든 일과 울력에 앞장섰다고 적혀 있습니다. 부도는 사리나 유골을 봉안한 탑이고, 울력은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여 하는 일입니다.

말하자면 더불어 빛나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푸른꿈의 교직원 모두가 힘을 합하여 반짝이는 예리한 눈을 가지고 소처럼 착실하고 끈기 있게 나아가자, 지구촌의 미래와 푸른꿈의 비전을 호랑이 같은 눈으로 직시하면서 하루하루 학교에서의 생활은 소처럼 묵묵하고 끈기있게, 그리고 부드럽고 유연하게 해 보자는 말씀이었습니다.

이제 한 해를 보내면서 질문해 봅니다. 지구촌의 당면한 문제인 기후위기와 코로나 감염병 위협에 대하여 호랑이 같은 눈으로 날카롭게 바라보았는가?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선언하고, 잔반을 줄이고 자전거를 타거나 걸으며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만드는데 소처럼 끈기있게 활동해 왔는가?를 말입니다.

우리학교는 금년에 처음으로 1,2,3학년 전체 학년과 개편된 교육과정으로 운영했습니다. 시작부터 부족하고 미흡한 준비와 시설로 덜컹거렸습니다. 교육에 대한 지식과 경험도 부족하였고, 특히 대안교육에 대한 이해도 많이 모자랐습니다. 교직원들의 공동체의식은 더더욱 얇은 얼음장 같았습니다. 거기에다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의 인식 또한 낮거나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의 마음과 자세로 한 해를 시작하였고 힘들고 어렵게 여기, 한 해의 끄트머리에 서 있습니다.

광주푸른꿈창작학교 학생, 교직원, 학부모 여러분 그리고 지역사회와 이웃 주민 여러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새롭게 걷는 까닭에 많이 부족하고 모자라고 서툴고 심지어 엉망인 부분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광주교육의 새로운 길, 대안교육의 새로운 길에 희망을 걸고 걸음마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2021년 한 해 동안 광주푸른꿈창작학교는 모든 교육 활동을 통해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와 지역사회와 함께 더불어 빛나는 행복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서툰 노력들을 힘껏 경주해 왔습니다. 무엇보다도 학교는 학생, 학부모와 공감하려고 했으며, 이웃들과 같이 살아가려고 애썼으며, 자연과도 친하게 지내려고 했고, 생명 있는 모든 것과 사이좋게, 평화롭게 지내고자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말하자면 호시우행(虎視牛行)‘의 마음과 자세로 한 해를 살아내느라 모든 구성원들이 애썼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잘 보이지 않는 목적지를 바라보며 낯설고 서툴고 더듬거리며, 지루하고 힘들고 어려운 나날들을 살아내야 했습니다. 그때마다 쉬어가도 괜찮아, 다른 길로 가도 괜찮아, 이미 잘하고 있지 않아도 괜찮아. 좀 부족하고 모자라도 괜찮아라고 서로가 서로를 향하여 격려하고 응원하며 토탁이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이 모습은 앞으로도 진행형일 것입니다.

호시우행(虎視牛行)‘의 마음과 자세로 한 해를 함께 잘 견뎌오신 푸른꿈 학생, 교직원, 학부모, 이웃 주민 여러분.

올 한 해 동안 내외적으로 어려운 시절에 참 고생하셨습니다. 여러분들의 노력과 수고와 땀흘림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경쟁과 효율과 입시지옥 속에서 공부의 이유를 상실한 채 절망과 탄식으로 숨죽이고 있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면서 상한 영혼을 돌보고자 온몸으로 헌신하는 여러분들을 자연과 하늘이 축복해 줄 것으로 믿습니다.

여러분들의 호시우행(虎視牛行)‘에 학교장으로서 머리 숙여 감사,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2021.12.30.

 

광주푸른꿈창작학교 학교장

(두 손 모아 감사) 이계양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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