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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 거리 두기에 대하여

  • 작성자 : 이*양 작성일 : 2024-03-29 조회수 : 40

                                                                거리 두기에 대하여

이계양(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동물의 세계에서 거리 두기는 매우 중요하다. 생사를 가름하기 때문이다.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숨겨진 차원에서 동물들의 공간유지법칙을 설명하고 있다. 포식자와 생존을 유지할 만한 거리 이상일 때 야생동물은 도망가지 않는다. 이 거리를 도주 거리(Flight Distance)라고 한다. 반면 포식자가 생존을 위협하는 거리 이내에 들어와 공격적인 행동을 시작하면 야생동물은 피할 수 없이 사투를 벌여야 한다. 이를 싸움거리(Fight Distance)라고 한다. 그래서 조련사들이 동물을 훈련할 때에도 거리 유지가 필수라고 한다. 너무 멀리 있으면 동물이 도주 거리(Flight Distance)가 유지되고 있다고 여겨 말을 듣지 않고, 너무 가까이 가면 동물이 싸움거리(Fight Distance) 이내라고 여겨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련사들은 대상 동물에 따라 그 적정거리를 잘 유지해야만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이것을 동물행동학에서는 임계거리(Critical Distance)라고 한단다.

한편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조류와 포유류에게는 서로 간에 유지하는 일련의 일정 거리도 있다며 동물의 사회적 거리를 한 집단을 결속시키는 보이지 않는 끈이라고 말한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하여 사회적 거리 두기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거리를 두어 격리되어 있다 보니 사회적 관계가 느슨해지거나 단절되어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거나 우울감, 무기력증 등 이른바 코로나 블루(Corona Blue)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심리적 정서적 단절감, 외로움, 고립감, 혐오감 등이 그것이다. 사회고립도가 갑자기 높아지고 타인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대인신뢰도'가 현저하게 낮아졌다는 통계가 뒷받침하고 있다. 장기화된 거리 두기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느끼면서 이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동물집단의 생존은 약육강식의 법칙이 엄존한다. 신자유주의와 우상화된 자본주의 세계에서도 자본()을 매개로 한 약육강식은 지금도, 앞으로도 유효하다. 이점은 불행하게도 코로나 펜데믹 상황을 더 암담하고 절망스럽게 한다.

그럼에도 다행스럽게 인간에게는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서로 간에 유지하는 일련의 일정 거리한 집단을 결속시키는 보이지 않는 끈이 더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이해와 공감과 소통 배려의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 희망을 갖게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 초기부터 이웃과 지역간에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가운데 배려하고 협력하여 단절감, 외로움, 고립감을 아름답게 승화한 소중한 경험이 있다. 각 지자체간에, 광역시도간에 서로 병상을 내어주고,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보내주며, 주먹밥과 도시락으로 응원하는 등등. 코로나라는 재난 앞에 함께 공감하고 협업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하나 즉 공동체임을 확인 하는 것으로 단절과 고독과 혐오와 배제를 넘어설 수 있었다. 바로 여기에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는 단서가 있다. 바로 공동체다.

공동체 (community)는 라틴어 communis 즉 모든 사람이나 다수가 공유하는 것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어 같은 시설, 환경, 관심, 생각을 공유하는 사회집단을 지칭한다. 자칫 공동체 내에서는 거리를 무시한 채 함부로 말하고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같이 살 생각이 아니라면 막말과 혐오와 배제로 거리를 무시해도 된다. 그러나 같이 어울려 살 생각이라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상대를 품어주려는 어진 마음으로 거리 두기에 성공해야 한다. 거리 유지는 제도나 법률보다는 관습과 문화와 인정의 문제다. 형제자매, 삼촌, 사촌은 법적으로는 가깝다. 사돈과 팔촌은 법적으로는 멀다. 그러나 사정, 상황 인정상 사돈 팔촌이 부모 형제보다 거리가 가까울 수 있다. 가족이라도 원수보다 거리가 멀 수도 있다.

대선이 갓 지났고, 6.1일 지방선거가 있다. 지방선거는 자치공동체를 이루려는 민주적 절차이다. 민선 8기 지방정부는 코로나 이후를 떠받치게 된다. 코로나 이후의 지방을 살리는 길, 사는 길은 자치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필수다. 미워도(거리가 멀어도) 선택하거나 고와도(거리가 가까워도) 선택 사양하는 등 거리를 조절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노련한 조련사처럼 임계거리(Critical Distance)를 지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치공동체를 이루어 우리는 같이 잘 살아야 하니까. 우리의 소중한 아들딸 나아가 그 이후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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