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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보도자료
  • 사자의 훌륭한 식사와 네 마리 황소

  • 작성자 : 정*봉 작성일 : 2024-04-08 조회수 : 28

사자의 훌륭한 식사와 네 마리 황소 / 이계양

 

 

사자의 훌륭한 식사와 네 마리 황소 / 이계양 - 광주매일신문 (kjdaily.com)​ 2023. 07.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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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양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 품자주자시민들 공동대표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얘기다. ‘네 마리 황소가 있었다. 황소들은 친하기에 어디를 가든 함께 갔다. 맛있는 풀도 나눠 먹었다. 위험이 닥쳐오면 황소 네 마리는 힘을 합해 물리쳤다. 그런데 이 황소들을 노리는 사자가 있었다. 사자는 황소를 한 마리씩 사냥하는 것은 자신 있었다. 그런데 황소들이 항시 네 마리씩 무리 지어 다니기에 한꺼번에 상대하기에는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먹잇감을 놓치기 아까워 하루는 꾀를 내어 뒤처진 황소 한 마리에게 다가갔다. 귓속말로 “다른 소들이 네 흉을 본다”고 말했다. 이어 틈을 봐가며 나머지 세 마리에게도 똑같이 말했다. 그러자 황소들은 서로 불신하게 돼 끝내 크게 싸우고 각각 흩어지게 됐다. 결국 황소들은 차례로 사자의 먹이가 됐다. 사자는 네 번의 훌륭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황소들을 분열시켜 먹잇감을 삼은 사자의 이야기다. 훌륭한 식사를 한 사자의 지혜에 감탄해야 할까. 사자의 분열책(갈라치기)에 먹잇감이 된 황소들의 어리석음을 탓해야 할까. 아니면 둘 다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할까.

요즘 갈라치기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갈라치기는 바둑판에서 상대편의 돌이 두 모서리에 놓여 있을 때, 그 돌들의 가운데에 내 돌을 놓아서 상대방의 돌이 서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는 것이다. 이 갈라치기를 다른 단어로 바꾸면 분열과 갈등이 아닐까 싶다. 황소들이 서로 불신하여 크게 싸우고(갈등) 갈라져서(분열) 흩어진 나머지 사자의 먹이가 되는.

2022년 3월10일. 20대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하납니다. 지역·진영·계층 이런 거 따질 것 없이 우리 국민 모두 하나라는 마음으로 저도 이 나라의 국민 통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습니다.”라며 국민 통합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런데 취임한 지 1년 남짓의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극심한 분열과 갈등의 회오리바람 속에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후인 2022년 12월21일부터 올 1월15일까지 한국행정연구원 국정데이터조사센터가 18세 이상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대면 면접 조사를 해서 발표한 자료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92.6%로 1위였다. 영·호남 갈등 84.3%, 정규직과 비정규직 82%, 부유층과 서민층 80.6%, 대기업과 중소기업 76.6%, 노사 75.3%,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66.2%, 수도권과 지방 65.6%, 남성과 여성 44.2%의 차례였다. 이념, 지역, 노사, 직종, 빈부, 성별, 학력, 정당, 나이(세대), 종교 등 우리 사회의 전 영역에서 갈등이 구체적이고 심각함을 보여준다.

그런데 갈등들을 통합해야 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교묘하게 이를 이용해 갈라치기하고 있다. 국민 통합을 가로막고 서로 먹잇감 삼으려는 정치인들의 언행에서 이솝 우화의 사자처럼 황소를 다 먹어치울 기세가 느껴져 섬뜩하기까지 하다.

황소라는 먹잇감이 다 사라진 뒤의 사자를 생각할 수 있겠는가. 사자도 먹고살아야 하지만 황소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사자와 황소가 서로 죽이고 죽는 관계가 아닌 서로 살리는 관계 즉 공존의 지혜를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민주주의는 공존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죽이고 죽는 관계로 치닫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며 서로 살리는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절실한 마음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해법은 우리의 전통적인 공동체 자치 규범에 있다. 이를 두고 신영복 선생은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관계의 최고형태”라 했다. 전통적인 공동체의 자치 규범은 상생과 공존을 위한 실천적 연대와 입장의 동일함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미 황소들은 서로 불신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그새 사자도 황소를 한 마리씩 먹어치웠다. 황소와 사자가 공존하는 법을 우리는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애정을 가지고 서로 연대해야 한다. 힘 있는 사자가 먼저 손을 내밀어 우정을 표시하고 존중하며 연대하자는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 또 황소는 사자의 갈라치기 수법에 넘어가지 않도록 정신 차려야 한다. 깨어서 황소들끼리의 우정과 존중과 연대가 스스로를 구원할 것이라는 믿음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사자들이 감히 갈라치기를 시도할 엄두를 낼 수 없게 해야 한다.

오늘도 사자는 훌륭한 식사를 위해 황소들을 갈라치려 할 것이다. 황소들이 자치공동체를 이뤄 애정과 실천적 연대, 입장의 동일함으로 스스로를 구원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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