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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보도자료
  • "밥이 제일 큰 봉사" 낮은데로 임하는 사랑

  • 작성자 : 정*봉 작성일 : 2024-04-09 조회수 : 32

"밥이 제일 큰 봉사" 낮은데로 임하는 사랑

"밥이 제일 큰 봉사" 낮은데로 임하는 사랑 < 시민자치 < 뉴스 < 기사본문 - 광주드림 (gjdream.com)  2023.09.08​​

 

 

 

 

하하문화센터 회원들 10여년째 밥·반찬 봉사
인문학 모임서 ‘배운 것 실천하자’ 의기 투합
하하(下下), 낮아지고 낮아져서 하하 웃는 세상으로

9월 반찬나눔을 위해 하하문화센터에서 만든 반찬들. 하하문화센터 제공.
9월 반찬나눔을 위해 하하문화센터에서 만든 반찬들. 하하문화센터 제공.

 지난 5일 광주 서구 무진교회 식당에서 ‘하하(下下)’라고 쓰여진 앞치마를 두른 사람들이 분주히 음식을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자 고소한 쥐포채볶음과 진한 하이라이스 냄새가 풍겨오고 새콤한 단무지 무침과 미역초무침도 맛깔스럽게 반찬 용기에 담겼다.

 9월의 메뉴는 이렇게 네 가지, 정성스럽게 포장된 반찬들은 광주 곳곳 따뜻한 밥상을 그리는 가정에 전해질 예정이다. 이들은 10년 넘도록 매달 반찬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하하문화센터 회원들이다.

 하하문화센터는 이름처럼 ‘하하(下下)’, ‘낮아지고 낮아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서로 높아지려고만 하는 세상에서 점점 낮추다보면 서로를 향해 쌓았던 담이 낮아지고, 이해와 공감을 하게 되고, 그렇게 하나의 이웃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삶의 지향점을 담고 있다. 그러다보면 ‘하하’ 웃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중의적인 의미 또한 재미있는 요소다.

지난 5일 광주무진교회에서 내준 식당에서 반찬을 만들고 있는 하하문화센터 회원들. 하하문화센터 제공.
지난 5일 광주무진교회에서 내준 식당에서 반찬을 만들고 있는 하하문화센터 회원들. 하하문화센터 제공.

 본보와 만난 하하문화센터 이계양 대표는 “봉사 중에 가장 큰 봉사는 밥 봉사라고 생각한다. 밥은 평등과 평화의 원천이다”며 “누군가 밥 한 그릇을 못 먹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절대 외면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봉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계양 대표는 전 광주 YMCA 이사장으로 현재는 광주 YMCA가 광주시교육청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광주푸른꿈창작학교의 교장 직을 맡고 있다. 하하문화센터는 그가 꾸린 인문학 모임이다.

 하하문화센터가 처음부터 봉사를 한 건 아니다. 처음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이 대표의 인문학 강좌에서 시작됐다. 수강생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어 한 주 한 주 이어서 하다보니 어느덧 15년째다.

 그렇게 삼삼오오 모여 공부하는 날들이 이어지던 때, 공부만 하지 말고 배운 것을 몸으로도 옮기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렇게 시작된 것은 산행,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 지금하는 봉사의 기초가 됐다.

 그렇게 배운 가치를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밥’ 봉사가 시작됐다.

 하하문화센터 최아란 회장은 “수업에 나오는 대다수 회원들의 공통점은 주부이고 엄마였다”며 “우리 가족 먹이는 밥 만큼 따뜻한 밥을 하는게 우리들의 장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모임 때마다 밥 사먹는 돈을 조금씩 모아 밥을 나눠주는 봉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첫 밥 봉사는 여성인권지원센터의 성매매 여성들이었다. 이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식사를 만들어 나눠먹던 것을 시작으로 광주YMCA의 교육기관 해밀학교와 이계양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무진일움학교 학생들과 같은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밥 봉사를 했다. 그리고 현재는 광주재능기부센터를 통해 광주 곳곳의 한부모가정 등 따뜻한 밥이 더욱 절실한 곳에 반찬을 전달하며 더욱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최 회장은 “특히 아빠 혼자 양육하는 가정에 주로 반찬을 나눔하는데 2~3개월 전에 한 복지사 선생님이 와서 반찬을 먹은 8살 아이가 ‘자기가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다’고 말한 것을 전해줬다”며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 소시지어묵볶음이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같은 보람을 원동력으로 벌써 120회가 넘는 밥 봉사를 하고 있고 현재는 매달 90~100인분의 반찬을 만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 2017년 바다에서 인양된 세월호가 목포 신항에 거치됐을 때에 유가족들을 찾아가 함께 밥을 지어 먹고 1년에 한 번은 김치타운에서 김장을 해 복지 사각지대의 놓인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김치 나눔을 하기도 했다.

하하문화센터 이계양 대표와 최아란 회장, 이영희 고문.
왼쪽부터 하하문화센터 이영희 고문, 이계양 대표, 최아란 회장.

 최 회장은 “작년 같은 경우에는 배추 160kg를 김장해서 주변 분들한테 나눔했다. 저희 회원 중 한 분이 이주가정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는데 직접 만든 김치를 가져다드렸더니 굉장히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렇게나 많은 봉사를 하고 있지만 하하문화센터의 회원은 등재된 것만 28명, 실질적으론 18명 정도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작은 모임에서 10년 넘게 매달 밥·반찬 봉사를 할 수 있는 이유를 물었다.

 최 회장은 “처음엔 한 달에 한 번이니 밥 사먹는 돈 만 원씩 아껴서 재료비로 하자 했는데 지금은 기부금 차원으로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아 운영하고 있다”며 “요즘 물가도 올라서 90인분~100인분씩 하려면 당연히 돈이 부족했다. 한 달에 만 원씩 내는 걸로 유지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액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일 있을 때 생일이라고 내고, 칠순잔치 했다고 내고, 자식이 결혼했다고 내고, 어떤 분은 남편 비상금을 찾았다고 내기도 하고…그렇게 자꾸 좋은 마음들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재료비는 25만 원이라 부족한 편이지만 다들 집에서 좋은 참기름 있으면 가져오고, 고추장 가져오고, 시골에 있는 어머니가 보내주신 귀한 묵은지까지 가져오기도 한다”며 “그런 귀한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어서 이게 가능하더라”라고 답했다.

 이 대표 역시 “재료비를 모아주는 것도 모아주는 거지만 이렇게 내 것을 비워가면서 남을 위해 내놓는 마음이 참 소중하다”며 “그런 따뜻한 마음이 이웃들에게 함께 전달돼서 반찬을 더 맛있게 먹어주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하하문화센터는 원래 오전에만 운영하고 있던 강좌를 10월부터는 야간에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의를 듣고 싶어도 못 듣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을 고려한 것.

 이 대표는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하하’의 현장에 함께 참여해주셨으면 한다”며 “그렇게 높고 많아서 빛나는 광주가 아닌 낮고, 나누고 배려해서 덕(德)이 되는 광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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