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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 신이 내린 꽃관(꽃잔디)이 피었구나

  • 작성자 : 이*양 작성일 : 2024-03-29 조회수 : 33

신이 내린 꽃관(꽃잔디)이 피었구나

 

푸른꿈 화단이 휑하여

작년 봄에 지면패랭이꽃(꽃잔디)을 심었다.

1년 내내

시난고난의 모습으로

저것이 제 구실을 할 것인지

헛수고만 한 것 아닐까 하며

시원찮아 여겼다.

 

20224월 어느 날

그동안 잊었던 눈앞에

분홍색 꽃이 나타났다.

지면패랭이꽃(꽃잔디)

 

아니, 언제 네가 이렇게……

아니,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데 네가 어떻게……

 

지면패랭이꽃(꽃잔디)

패랭이꽃과 비슷하고 지면으로 퍼지기 때문에 지면패랭이꽃이라고도

멀리서 보면 잔디 같으나 아름다운 꽃이 피기 때문에 꽃잔디라고도

 

지면패랭이꽃에 얽힌 전설을 찾아보았다.

하늘과 땅이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태초에

세상은 아직 혼돈 속의 무질서 상태에 있었을 때,

세상의 질서를 잡으려 신이 직접 나섰다.

봄이 되자 해는 신의 명령으로 식물들에게 봄볕을 뿌려 주었는데,

심술쟁이 구름이 천둥, 번개, 소나기를 몰고 와 큰 홍수가 났다.

신은 구름을 달래어 비를 그치게 하고,

홍수로 황폐해진 땅에는 봄의 천사를 보내 식물들을 돌보게 했다.

천사가 최선을 다했으나 혼자 돌보기에 너무나 많았다.

힘이 들었다.

천사는 식물들에게 부탁했다.

누구든 황폐한 대지에 꽃을 피워달라고.

그러나 예쁜 꽃과 나무들은 모두 거절했다.

잔디만 해보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천천히 척박한 땅을 파릇파릇하게 덮어주었다.

천사는 신에게 잔디의 선행을 알렸다.

신은 잔디에게 예쁜 꽃관을 상으로 선물했다.

그 꽃관을 받아 꽃잔디가 되었다는 것이다.

꽃말은 온화, 희생이라고.

 

너는

내 눈이 보기를 그친 사이에도

내 마음이 흐르기를 그만두었을 때도

우리의 마음이 모두 무관심했던 그 순간에도

모든 사람들이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을 그때에도

메마른 화단을 지키며, 지키며, 지키며

땅속 깊이깊이 뿌리를 내리며, 내리며, 내리며

이윽고 푸른꿈의 화단을 푸르게 하더니

드디어 분홍빛으로 덮어가고 있다.

 

너는

코로나가 움직임을 가로막아도

기후위기로 사람들이 신음할 때에도

산불과 홍수로 아우성일 때에도

전쟁과 기아가 목숨을 겨누는 순간에도

핏기없는 대지를 온 힘을 다해 기어서, 기어서, 기어서

푸른꿈의 화단을 푸르게 하더니

드디어 분홍빛으로 덮어가고 있구나.

 

아하,

해와 구름이로구나

바람과 비로구나

천둥과 번개로구나

낮과 밤이로구나

아침과 저녁이로구나

너를 푸르게 키운 것은

너를 아름답게 가꾼 것은

너를 분홍꽃으로 물들인 것은

신의 상이로구나.

푸른꿈의 화단에

신이 내린 선물이 꽃관으로 피어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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