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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 동무공동체의 꿈

  • 작성자 : 이*양 작성일 : 2024-04-01 조회수 : 32

                                                                          동무공동체의 꿈

이계양(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동무는 늘 친하게 어울리는 벗을 일컫는다. 늘 친하게 어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그 바탕에 믿음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말하자면 어울리려면 뭔가 믿는 구석이 이어야 할 것이요, 또 친하게 어울리려면 남다르게 믿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늘 친하게 어울리려면 남다른 믿음이 항시 있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러니 자고로 <세속오계>에서도 믿음으로써 벗을 사귀어야 한다(交友以信)’고 하고 있고 <삼강오륜>에도 벗의 도리는 믿음에 있다(朋友有信)’고 말하고 있다. 벗을 사귀는 데 있어서 첫째 요건은 믿음임을 여실히 확인해 주고 있다.

경상도 남부지역에서 어린이들이 불렀던 전래 동요 <어깨동무 내동무>가 있다.

어깨동무 씨동무/보리가 나도록 씨동무/어깨동무 내동무/미나리밭에 앉았다.”

어깨동무 내동무는 고향동무, 소꿉동무이다. 어깨동무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무로서 걸어갈 때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고 나란히 걸으면서 서로 팔을 어깨에 올려 친밀감을 나타내는 동무다. 따라서 어깨동무는 순전한 마음으로 서로의 친밀함을 온몸으로 나타내는 행위이고 말 없는 가운데 협동하며 이미 단결한 상태임을 보여주는 그야말로 내동무이다.

또 어깨동무는 씨동무다. 가을 추수 때까지 먹고 살 수 있는 식량의 하나인 보리씨처럼 소중한 벗이라는 말이니 그 애지중지함이 자연과 다를 바 없는 지경이다. 보리씨처럼 소중한 벗들과 어깨동무를 한 채로 미나리밭에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은 말 그대로 진한 동무공동체라 할만하다. 어깨동무는 믿음으로 온몸을 다해 친밀함, 협동, 단결의 하나됨(공동체)이다.

또 동무라는 말에 생각나는 동요가 있다. 어린 시절에 많이 불렀던 <동무들아>.

동무들아 오너라 서로들 손잡고/노래하며 춤추며 놀아보자/

낮에는 해동무 밤에는 달동무/우리들은 즐거운 노래동무 //

동무들아 오너라 서로들 손잡고/노래하며 춤추며 놀아보자/

비 오면 비동무 눈 오면 눈동무/우리들은 즐거운 어깨동무//”

이 동요는 원래 오스트리아 빈(Wien; 영어로는 Vienna)의 전래 동요라고 하는데 독일어 ‘O du lieber Augustin, , 사랑하는 아우구스틴 올립니다를 윤석중 선생이 번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세기 오스트리아 시인이자 음악가인 아우구스틴(Marx Augustin)1679년 오스트리아 빈에 흑사병이 유행하였을 때 음악으로 사람들을 위로하여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우구스틴이 술에 취해 구덩이에 빠져 잠들었는데, 사람들이 죽은 줄 알고 묻어버렸단다. 다시 무덤 속에서 깨어난 아우구스틴의 연주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구해주었다. 아우구스틴은 17세기 흑사병으로 절망에 빠진 빈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고 한다.(위키백과)

윤석중의 가사 내용을 보면 서로 손잡을 동무들을 불러 모아 어깨동무한 채 노래하고 춤추고 같이 놀자고 한다. 그리고 사람 친구뿐만 아니라 자연물인 해와 달과 비와 눈 그리고 낮과 밤이라는 시간까지 씨줄날줄로 어깨동무 삼아 우리로 하나가 되는 공동체적 삶을 노래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어깨동무 대신 어깨를 겨누어 겨루는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겨누다‘1. 활이나 총 따위를 쏠 때 목표물을 향해 방향과 거리를 잡다. 2. 한 물체의 길이나 넓이 따위를 대중이 될 만한 다른 물체와 견주어 헤아리다’, ‘겨루다서로 버티어 승부를 다투다는 뜻이다. 2023년을 시작하는 이때에도 이른바 신자유주의시대 속에서 서로를 표적 삼아 경쟁하며 패자가 아닌 승자가 되려고 노려보고 버티며 으르렁대고 있다.

어깨동무 내동무를 오는 봄과 함께 그리면서 기다려 본다. 기다리는 중에 정철(鄭澈) 선생님의 시조를 떠올려 본다.

남으로 생긴 중에 벗같이 유신하랴/나의 왼 일을 다 이르려 하노매라/이 몸이 벗님 곧 아니하면 사람됨이 쉬울까

그렇다. 벗같이 믿음직한 것이 있겠는가. 모름지기 벗이란 미더워야 한다. 그 믿음으로 왼 일 즉 그릇되고 잘못한 일까지도 다 말할 사람이 벗 아니던가. 그러니 나의 나됨과 사람됨은 벗으로 인함이요 벗에 대한 믿음 때문이리라.

계묘년 새해의 설날이 다가온다. 새해에는 지혜와 영특함, 희생과 헌신,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동물인 토끼와 함께 동무공동체를 이루는 한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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